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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9 01:25 - 무한에너지

[캡틴 선더볼트]돈 필요하지 않냐?




<사신 치바> 시리즈로 익숙한 이사카 코타로와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아베 가즈시게의 공동작업물이다. 존 그린과 데이비드 리바이선의 공저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의 경우 각 장을 따로 따로 작업해 문체나 형식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캡틴 선더볼트>는 반대의 형식을 취한다. 관련 기사에서 '장 별로 담당을 나누되……'라는 부분이 있는 걸로 봐서 각 장 별로 따로 작업 후 마무리는 같이 한 모양새인데 보는 입장에서는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한 사람이 쓴 소설 같다.

기본적으로 <캡틴…>의 전개는 눈에 뻔하다. 그 흔한 트릭도 없고 극적인 반전이랄 것도 없다. 전형적인 좌충우돌 모험활극의 클리셰를 보여준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어느덧 두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오지랖만 넓고 사고만 치는 동네 건달 아이바 도키유키. 열심히 일하지만 늘 빚에 쪼들리는 복사기 판매원 이노하라 유. 어릴 때부터 ‘뭔가 보여 줘야 할 때 놀랄 만한 힘을 발휘하는, 유일무이한 콤비’였던 두 사람은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 상상 못할 모험에 빠져들게 된다.

두 사람에게 감정이입이 될 만한 요소들도 딱히 별로 없는 평범한 인간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돈’이 필요하다. 아이바는 동네 후배를 도와주려다 외려 가진 돈을 다 잃어버리고 어머님이 평생 일구어 놓은 가게마저 빼앗기게 생겼고, 이노하라는 아들의 아토피 피부병 때문에 약값을 대기도 빠듯한 생활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다. 처음에 아이바의 요청을 거절한 이노하라가 이 좌충우돌 모험에 뛰어든 것은 아이바의 '돈 필요하지 않냐?'라는 한마디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그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자신만의 영웅이 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상은커녕 나 자신도 구제하지 못하고 나이만 먹은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된다. 그때쯤이면 영웅도 직업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슈퍼맨은 기사를 쓰고 스파이더맨은 사진을 찍고 배트맨은 이사회를 소집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슈퍼맨은 기사 마감을 맞추느라 야근을, 스파이더맨은 연예인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고, 배트맨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야비한 음모를 꾸몄을 수도 있다. 혹은 주유소에서 최저임금을 받아가며 생활하고 있을 은퇴한 영웅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영웅들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하나 둘 은퇴를 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당장 들이닥칠 빚쟁이들을 막아줄 영웅은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어릴 적 함께 했던 야구와 전대물에 같이 환호했던 기억밖에 없다.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는 방법은 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험이 끝나고 그들이 진짜 얻은 것은 가족과 사랑이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작은 영웅이 된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 '인생 대역전극'이라는 말이 보인다. 그렇다. 그들은 9회말 역전 홈런을 멋지게 날려버린다. 하지만 그들의 게임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들이 날린 역전 홈런은 긴 페넌트레이스의 단지 한 경기일 뿐이다. 그들은 다시 1회초를 시작해야 하고 또 다른 9회말을 맞이할 것이다. 그때의 결과는 또 다를 수도 있다.



∷ 본 리뷰는 <캡틴 선더볼트> 서평단에 선정 후 민음사에서 제공받은 이북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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